건축물 역사학

바간 사원 – 미얀마 불교 건축의 보고

umaru225 2025. 3. 18. 07:00

1. 바간 왕조와 불교 건축의 시작

미얀마의 바간(Bagan)은 9세기부터 13세기까지 번영했던 **바간 왕조(849~1297년)**의 수도로, 이 시기 동안 약 10,000개의 불교 사원, 탑, 수도원이 건설되었다. 바간은 미얀마 불교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동남아시아 불교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간 왕조의 창시자인 아노야타(Anawrahta) 왕(재위 1044~1077년)은 상좌부 불교(Theravāda Buddhism)를 받아들이고 이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다. 그는 바간을 불교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사원을 건설하였으며, 이후 왕과 귀족들도 경쟁적으로 사원을 세우면서 바간은 거대한 불교 도시로 성장했다. 바간의 사원들은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왕권의 정당성을 상징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바간은 수천 개의 사원이 남아 있는 고대 불교 유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불교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간은 미얀마의 문화와 종교적 유산을 대표하는 중요한 장소로 여겨진다.

2. 바간 사원의 건축적 특징과 다양성

바간의 사원 건축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았으며, 독창적인 미얀마 불교 건축 양식을 발전시켰다. 사원들은 크게 **파고다(Pagoda, 불탑), 테라스형 사원(Terraced Temple), 동굴 사원(Grotto Temple)**으로 나뉜다.

바간의 대표적인 사원 중 하나인 **아난다 사원(Ananda Temple, 1105년 건립)**은 인도 마하보디 사원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로, 대칭적인 구조와 금박을 입힌 돔형 지붕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높이 9.5m의 불상이 네 방향을 바라보며 서 있으며, 이는 부처의 가르침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다마양지 사원(Dhammayangyi Temple, 12세기 건립)**은 바간에서 가장 거대한 사원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계단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사원은 건축 기술적으로 가장 정교하게 지어진 것으로 평가되며, 붉은 벽돌을 단단히 맞물리게 쌓아 올린 정교한 벽면이 특징이다.

한편, **쉐지곤 파고다(Shwezigon Pagoda, 1091년 건립)**는 미얀마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금빛 불탑의 원형을 제공한 건축물로, 바간 불교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파고다는 성스러운 불교 유물을 봉안한 곳으로, 이후 미얀마의 여러 사원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바간의 사원들은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지니며, 각각이 독특한 건축 양식과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바간 사원 – 미얀마 불교 건축의 보고

3. 바간의 역사적 변천과 보존 노력

바간은 13세기말, 몽골 제국의 쿠빌라이 칸이 보낸 원나라 군대의 침공을 받으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몽골군의 직접적인 파괴보다는, 이후 바간 왕조의 몰락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도시는 점차 황폐해졌다. 그러나 바간의 사원들은 완전히 버려지지 않았으며, 이후 몇 세기 동안 불교 신자들의 순례지로 남아 있었다.

19세기 영국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일부 사원이 복원되었지만, 20세기 들어 미얀마 정부는 바간을 국가적인 문화유산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1975년 발생한 규모 6.5의 강진으로 인해 많은 사원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 무분별한 복원 공사가 진행되면서 역사적 원형이 일부 훼손되기도 했다.

2016년 또다시 강진이 발생하면서 400개 이상의 사원이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바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계획이 지연되었다. 하지만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정밀한 보수 작업이 진행되었고, 결국 2019년 바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록되었다. 현재 미얀마 정부와 유네스코는 바간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복원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4. 현대의 바간 – 관광과 보존의 균형

바간은 미얀마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지 중 하나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바간의 고대 사원들이 붉게 물든 저녁노을과 함께 펼쳐지는 풍경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간의 모습은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한다. 관광객들은 사원의 내부를 탐방하고, 불교문화와 역사를 배우며, 미얀마의 전통 건축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바간의 불교 유적은 단순한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여전히 신앙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으며, 미얀마 사람들에게 정신적 안식처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관광 개발은 바간의 보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사원의 벽화가 관광객들의 접촉으로 인해 점차 마모되거나 변색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상업화로 인해 유적의 고유한 분위기가 훼손되는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신성한 장소에서 사진 촬영을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사원의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정부는 관광객 수를 조절하고, 사원의 원형 보존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유네스코는 공동으로 바간의 보존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관광 정책을 도입하여 전통적인 마차나 전기 스쿠터를 활용한 친환경 이동 수단을 장려하고 있으며, 유적 보호를 위한 다양한 국제 협력도 추진 중이다. 바간 내의 주요 사원과 유적지는 더 이상 무분별한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제한된 구역이 설정되었으며,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건축물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들에게 유적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가이드 투어를 강화하여, 문화재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한편, 바간의 불교 신자들은 여전히 이곳을 중요한 종교적 성지로 여기며, 일부 사원에서는 정기적으로 불교 의식과 기도가 진행된다.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사원이 많지만, 몇몇 사원은 순례자들을 위한 신성한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방문객들이 이를 존중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또한, 현지 주민들은 바간을 중심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통 공예품 판매나 불교 관련 의식 참여를 통해 관광업과 신앙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현지 정부와 국제기구, 지역 주민들은 협력하여 유적 보호와 관광 활성화의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바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미얀마 불교 문화의 살아 있는 중심지라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존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바간은 미얀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욱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다.